베일-인(bail-in) 제도에 대해서 잘 풀이한 글이 있어 옮깁니다.
https://vivitelaeti.wordpress.com/2015/07/05/이슈-브리핑-7-베일아웃bail-out-vs-베일인bail-in/
[이슈 브리핑 (7) 베일아웃(Bail-Out) vs. 베일인(Bail-In)]
[1] 그리스 부도 위기와 관련된 뉴스를 보다보면, ‘베일인’이라는 용어가 자주 등장합니다. 다음의 기사가 대표적인데요, 뭔가 예금자의 예금을 강제로 빼앗아가는 것 같은데, 정확한 의미를 모르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리스 은행, 예금자 최소 30% 손실 감당 ‘베일인’ 고려 (이투데이, 2015. 7.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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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기사의 내용을 보면, 그리스 정부는 은행에 8000유로, 우리나라 돈으로 약 1,000만원 이상의 예금에 대해서 강제로 30%를 헤어컷 할 수도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헤어컷(hair cut)은 일반적으로 머리카락를 자르는 이발의 의미를 가지고 있지만, 금융에서는 다소 다른 의미로 사용됩니다. 바로 예금자의 예금을 구제금융이라는 명목으로 강제로 떼어 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헤어컷이 15%라면, 정부가 내 예금의 15%를 강제로 떼어간다는 것을 의미하고, 헤어컷이 30%라면 내 예금의 30%를 정부가 강제로 떼어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3] 그렇다면, 베일인(Bail-In)은 무슨 의미일까요. 베일인의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베일아웃(Bail-Out)의 의미도 알아야 합니다. 베일인과 베일아웃 모두 구제금융의 일종인데, 구제하는 자금을 어디에서 조달할 것인가에 따라, 베일인 혹은 베일아웃이라고 합니다. (원래 베일아웃은 위급 상황에서 조종사가 비행기에서 낙하산으로 비상 탈출을 하는 행위를 뜻하는 용어라고 합니다.)
가령, 은행이 부도 위기에 몰릴 경우, 어디선가 자금을 가져와 은행의 부도를 막아야 합니다. 이런 상황이 벌어지면, 정부의 경제적 여력이 충분할 경우 정부 재정에서 지원을 하고, 정부마저도 여력이 되지 않을 경우에는 외국계 은행의 자금을 빌려와 부도를 막습니다. 이와 같이 은행 외부에서 자금을 가져와 부도를 피하는 것을 베일아웃(Bail-Out)이라고 합니다. 베일아웃은 자금을 빌려온 것이기 때문에, 나중에 이자와 더불어 원금을 상환해야 합니다.
국가가 부도 위기에 몰릴 경우에도 금융기관 부도 위기 시와 비슷하게 국제통화기금(IMF)과 같은 국제 금융기관으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을 수 있는데, 이런 형태도 베일아웃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1997년에 IMF로부터 550억 달러의 자금을 지원받았는데, 이것이 대표적인 베일아웃의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2001년 8월에 IMF로부터 빌린 자금을 모두 상환합니다.
[4] 기존에는 위에서 설명한 것과 같이, 한 국가 혹은 금융기관이 부도 위기에 몰릴 경우, 외부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이런 지원 방식에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바로 자금 지원을 해줄 수 있는 주체들의 자금 사정이 빠르게 악화되어 필요한 자금을 모두 지원해줄 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입니다.
금융기관이 부도 위기에 몰렸을 때 과거에는 국가가 자금 지원을 하고 나중에 투자금을 회수했는데, 이제는 국가도 부도 위기에 몰리면서 개별 금융기관에 자금 지원을 하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또한, 부도 위기에 몰린 국가에 자금 지원을 하던 IMF도 부도 위기에 몰리는 국가들이 급증하면서 자금 지원 여력에 한계를 보이게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새롭게 제시된 구제금융 방안이 바로 베일인(Bail-In)입니다. 물론, 베일인 방식의 구제금융은 금융지원을 받는 국가에게 책임을 지운다는 의미도 일부 가지고 있습니다.
[5] 베일인은 베일아웃과 달리, 외부에서 자금 지원을 받는 것이 아니라, 내부에서 필요한 자금을 만들어 부도 위험에서 벗어나는 것을 의미합니다. 금융기관 내부에서 필요한 규모의 자금을 만드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평상시에는 일반적인 채권이 아니라, 위기 시에 은행자본금으로 전환될 수 있는 채권을 판매합니다. 평상시에는 일반적인 채권과 동일하게 취급되지만, 비상 시가 되면 채권이 아니라 자본금으로 전환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채권들이 ‘코코본드’라는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습니다. [채권 전문가가 설명하는 코코본드에 대한 내용 읽어보기 ==> <채권정의> 코코본드]
보통 채권에 투자하는 이유는 이자 수입을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큰데, 코코본드는 위기 시에 자본금으로 전환되면서 이자 수입이 생기지 않습니다. 더욱이 은행이 부도라도 나면, 투자금 전체는 바로 휴지 조각으로 바뀌게 됩니다. 평상 시에는 일반 채권보다 고금리를 줄 뿐만 아니라 위험도 별로 없지만, 위기 시에는 돈을 잃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 채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 국내 은행들은 자본 확충 차원에서 코코본드 발행을 늘리고 있습니다. 더욱이 금리가 예금금리보다 2% 포인트 높기 때문에, 저금리로 마땅히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한 자금들이 몰리고 있습니다.
위험 큰 만큼 짭짤한 ‘코코본드’ 발행 봇물 (파이낸셜뉴스, 2015. 5. 24)
예금금리+2%P, 코코본드의 유혹 (뉴스토마토, 2015. 6. 4)
신한금융 코코본드에 자금몰려…’재무 안정성’ 효과 (머니투데이, 2015. 6. 25)
[6] 위기 시에 자본금으로 전환되는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것은 평상 시에 일어나는 일이고, 위기 시에는 채권을 자본금으로 전환해도 자금이 모자라는 상황이 벌어지게 됩니다. 정부나 국제금융기관으로부터의 지원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어떻게 할까요.
이런 경우에는 은행 예금자의 예금 일부를 강제로 은행 자본금으로 전환합니다. 이 과정에서 예금자의 예금을 강제로 떼어내는 것을 헤어컷이라고 하고, 이런 방식으로 은행의 자본금으로 전환되는 지원방식을 베일인(Bail-In)이라고 합니다. 헤어컷이 20%라고 하면, 일정액 이상 예금의 20%가 강제로 은행 자본금으로 전환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가령, 예금액이 1억원이라면 예금의 20%인 2,000만원이 내 의지와 무관하게 은행 자본금으로 충당되게 됩니다. 예금액이 10억원이라면, 헤어컷되는 금액은 2억원이 될 겁니다. 한 마디로, 은행에 투자하고 싶지 않은데도 은행에 투자를 하게 되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7] 베일인은 전통적인 방식의 구제금융이 아닙니다. 이전에는 잘 고려되지 않던 방식입니다. 하지만 유럽의 작은 국가인 키프로스가 2013년에 부도 위기를 맞자, 채권자들은 베일인 방식의 구제금융을 원했고, 이로 인해 당시 10만 유로(약 1억 4,244만원) 이상 예금에 대해서 헤어컷이 진행되었습니다. 키프로스의 경우에는 10만 유로 이상 예금의 37.5%는 은행 자본금으로 전환되어 예금자들은 헤어컷 되는 금액만큼의 은행 지분을 받았습니다. 그 외에도 키프로스 정부는 특별 기금을 만든다는 명목으로 예금의 22.5%를 추가로 헤어컷했습니다. 따라서 키프로스의 경우, 고액 예금자들은 예금의 거의 60%를 헤어컷 당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키프로스 사태…’찻잔 속 태풍’ 에 그칠까? (한국경제, 2013. 3. 24)
키프로스 고액 예금주 손실률 최대 60% (머니투데이, 2013. 3. 31)
이번 그리스의 경우에도 베일인 방식의 구제금융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고, 헤어컷의 수준은 1,000만원 이상 예금의 30%가 고려되고 있습니다. 키프로스의 경우 주로 고액 예금자의 자산만이 헤어컷 대상이 되었다면, 그리스는 일반 서민들의 예금까지 헤어컷 대상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8] 헤어컷을 통해 강제로 은행 자본금으로 전환되면, 예금자들의 예금은 어떻게 될까요. 은행 지분을 헤어컷 당한 예금만큼 받게 됩니다. 일종의 은행 주주가 되는 겁니다. 만약 은행이 회생에 성공해 수익을 많이 내게 되면 배당금 소득도 기대할 수 있게 됩니다. 물론, 은행이 부도가 나게 되면, 예금 대신 받은 은행 지분은 휴지가 됩니다. 따라서 은행의 회생 가능성이 높다면, 지분을 가져가는 것이 유리할 테고, 회생 가능성이 낮다면 서둘러 매각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스 이전에 베일인으로 자신의 예금을 강제로 은행에 투자한 키프로스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일반적으로 구제금융을 받는 은행들의 수익은 단기간에 개선되지 않습니다. 구제금융을 받은 뒤에도 또 다시 부도 위험에 몰릴 가능성도 높습니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일시에 지분을 매각하겠다고 하면, 지분 가격은 폭락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조금씩 서둘러 매각하는 방식을 취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경기가 회복되지 않으면, 어떤 방식으로든 헤어컷을 당한 예금자들이 손해를 보는 일은 피하기 어렵습니다.
키프로스銀 예금자, 은행 증자 앞두고 지분 매각 전망 (조선비즈, 2014. 7. 14)
[9] 이런 이유 때문에, 요즘 부도 위기에 몰린 국가에서는 뱅크런(bank run)이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일단 헤어컷을 당하고 나면, 나중에 그 돈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보장도 없을 뿐 아니라, 당장 필요해서 쓰고 싶어도 그 돈을 쓸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현금화하려면 시장에 은행 지분을 팔아야 하는데, 급하게 팔아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제값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이번 그리스 사태에서도 사람들은 자본통제가 이루어지기 전에 상당한 금액을 인출했습니다. 은행에 넣어두었다가 헤어컷을 당하면 손해가 만만치 않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도 국가가 경제적으로 위험에 처하게 되면, 예금 인출이 속출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렇게 되면, 해당 국가는 더 빨리 위험에 노출되면서 위기 상황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10] 일단 키프로스 사태 이후 베일인 방식의 구제금융이 일반화되는 분위기입니다. 아마 대부분의 부도 위기에 놓인 국가들에 대한 지원방식도 베일인 중심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우리나라가 다시 부도 위기에 놓일 경우에도 1997년과 달리, 베일인 방식의 구제금융이 지원될 것으로 보입니다. 은행에 많은 금액의 자금을 많이 넣어두지 말아야 하는 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출처 :문재인서포터즈 문풍지대 원문보기▶ 글쓴이 : 아바카(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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